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의외로 지도 사는 것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최소 수천~수 억 원의 돈을 들여 투자하면서, 불과 몇 만원에 불과한 자세한 지도 한권 없다는 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부동산투자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부동산투자 시에는 세밀한 입지분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상가투자를 한다고 할 때 투자대상 지역 내에 어느 정도의 배후인구가 있고, 주변에 주요 집객시설은 어떤 게 있는지를 파악해 상권 확보가 어느 정도 보장된 상가를 골라야 한다는 것은 부동산투자의 기본이다. 배후 또는 유동인구에 비해 상가의 공급이 많거나 새로 대규모로 개발되는 지역이 가까이 있다면 상가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러 개의 투자대상 부동산 중 하나를 선별하려 할 때 현장답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현장부터 달려간다면 시간낭비일뿐더러 경비 또한 만만치 않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번표시와 지역현황이 자세한 지도가 한권 있다면 당장 개략적이나마 현장의 분위기와 동향을 쉽게 가늠할 수 있고 몇 명의 중개업자에게 지번을 대고 통화 몇 번 해보면 현장을 가본 것과 같은 현장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어떤 경우 투자성을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1억짜리 차타며 지도하나 없다니…’
나름대로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를 쌓은 실전 경험자들은 꼼꼼히 지도만 잘 살펴도, 그리고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1차적으로 해당 지역의 입지와 상권을 분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상가 뿐 아니라 아파트와 토지 등에 투자할 때 세밀한 지도는 유용한 1차 분석 참고자료이다. 미리 입지와 상권분석에 대한 빠른 노하우를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자료로 활용한다.
이왕 지도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를 더 하고 가자. 언젠가 내가 차를 타고 가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와서 지도를 내밀며 길을 물었다. 지도를 펼칠 때 보니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등 부동산서류들이 같이 묶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부동산투자를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지도는 전국 도로가 종이 한 장에 한꺼번에 다 나온, 말 그대로 약식지도였다. 자동차를 사면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도로망 지도이니 구체적인 길이 안 나온 게 당연했다.
내가 길을 자세하게 알려준 다음에 그가 타고 간 차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를 몰고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 “1억원이 넘는 외제차면 뭐 하는가? 제대로 된 지도하나 없어, 길도 못 찾아 가는데…”하면서.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려면 제대로 된 지도부터 먼저 갖추라고 투자자들에게 권한다. 실제 5000분의 1 지도를 옆에 두고 해당 물건의 주소를 맞춰보면 어떤 지역 어떤 상권에 속해 있는지, 유동인구는 대충 어느 수준인지 어림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지번 지도’ 잘 살피면 직접 현장답사 효과 거둔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현장답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우량매물이 나왔다고 매번 현장부터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장에 가보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때 지번이 표기된 5.000분의 1 지적약도나 도로지도 한 권이면 현장답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매물의 정확한 지번이나 지점을 알아낸 다음 대상지 주변의 몇몇 중개업자 연락처를 알아내 투자자 본인이 직접 현장상황과 시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요즘 공인중개사 관련 협회 홈페이지에는 회원들의 지역별 중개업소 연락처가 공개된다. 부동산정보회사 홈페이지에서도 지역 중개업소 가맹점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다. 그들로부터 매물에 대한 정보는 물론 주변시세와 매매사례 등을 자세하게 알아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중개업자에게 지번을 대고 이것저것 물어볼 때는 솔직한 게 좋다. 괜히 돌려서 말하거나 꼭 살 것처럼 과장되게 말을 붙이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많은 중개업소에는 시세와 지역정보만 물어보고 바로 전화를 끊는 얌체족 투자자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하게 접근한다면 별 문제없다. 시간이 많지 않아 우선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라고 운을 떼고 우선 투자성부터 확인하고 현장에 가게 되면 직접 방문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지도를 보면서 그 지역 동향과 시세 등을 물어보면 최근 부동산의 동향과 정확한 거래가, 매물공급량, 급매물 출현여부까지 세세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서너 명의 중개업자와 대화해보면 투자대상 매물의 크로스체크까지 가능하다.
‘공적장부’도 투자성 가늠 가능하다
경매 공매의 경우 입지와 상권을 파악하려면 감정평가서를 보면 된다. 감정평가서의 토지평가 요항표란을 잘 훑어보면 위치 및 부근의 상황과 교통상황, 도로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항목이 입지와 상권을 쉽게 읽어볼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여기에는 입지여건과 함께 상권의 특성 및 배후상권의 개략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와 공법상 제한상태의 요항을 보면 도시계획상 토지의 용도가 나온다. 최고 번화한 상권일 경우 중심상업지역, 그 다음 목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인 일반상업지역, 그 다음이 준주거지역 등이다. 이를 잘 들여다보면, 토지의 활용가치를 판단해 낼 수 있다.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 목록을 뒤지다 보면 많은 투자대상 지역 내 매물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상가경매의 경우 한 달이면 전국에 1,000여 개의 점포,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500건이 넘는 물량 등이 매물로 나온다. 정말 돈이 될지 궁금한 상가 경매물건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경매에 나온 상가마다 일일이 다 다녀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 제약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입찰을 해도 될지 긴가민가한 상가가 많다. 이를 보고 나도 늘 망설인다.
감정평가서와 도시계획확인서를 살펴볼 때 중심상업 또는 일반상업지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 큰 도로를 끼고 있거나 주상복합 건물, 지하철역 인근이라면 중심상가라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 중심상가는 말 그대로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 내 상가를 말한다. 상권 규모나 유동인구 수에 따라 광역, 지역, 지구 중심으로 나뉜다. 위치가 좋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모이는 도심 상가이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번화한 상권 내에 있고 상권이 우량한 중심상가 경매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경매에 부쳐지는 상가물량 중 10~20% 정도가 요지에 위치한 중심상가 경매물건이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중심상가를 잘 잡으면 ‘혼자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는 말이 있다. 중심상가가 대박 물건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도를 통해 현장을 가보지 않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적약도는 투자대상 지역 내 투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1차 참고 자료원이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공서나 학교 등 주요시설의 표기는 물론 아파트 단지의 위치와 규모, 역세권 정보, 도로상태, 행정기관의 경계, 집객시설의 위치까지 투자에 활용이 가능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다. 지도 한권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지만 미리 투자의 식견을 익히고 현장을 가보지 않고 투자성을 가늠하는 척도임을 필자가 부동산 거래현장에서 늘 느끼는 점이다. 유용성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만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부동산투자 초보자라면 지금 당장 관심 있는 지역 내 지적약도 한권 장만해 보는 것이 어떨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