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불로가는 도반들 -

물과 젖처럼 화합하라
부처님께서는 이튿날 아침에 코샴비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오셔서 여러 제자들을 모아놓고 계속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대중이 화합하지 못할 때에는 각자가
행동을 삼가야 한다.
법답지 못하고 친절하지 못한 일이 있을 때에는
어디까지나 참아야 하는
것이며 부드러운 사랑으로 법답게 노력해야 한다.
물과 젖을 합한 것처럼 화합하며, 부처님 법을 같이 배워서
안락하게 공부하고 덕을 쌓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게송을 읊으셨다.
오래 보지 말고 빨리 보지도 말라.
원수는 크든 작든 앙갚음하지 말라.
원한은 증오로써 가셔지지 않나니
오직 갚음이 없음으로 원한은 사라진다.
"제자들이여, 너희들은 여래의 계율 속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한 사람들이다.
아무쪼록 잘 참고 견디며 부드러운 사랑으로 지혜롭게
화합하여야 한다. 제자들이여,
다툼질을 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화합하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이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가르치시는데도
불구하고 법답지 못한 제자들은 부처님께 나서서 말했다.
"부처님, 부처님은 법의 왕이시니 그저 가만히 계십시오."
"아니다. 싸워서는 안 된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여 물과
젖을 합한 듯이 불법에 이익을 얻어 안락하게 지내야 한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몇 번을 거듭 말씀하셨으나
코샴비 제자들은 끝내 싸움을 그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자들은 형상에 마음이 팔리고
있으니 어찌할 수 없다'
하시고 대중과 신도들에게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 자리를 떠나 기원정사로 돌아오셔서 조용한 숲속에
들어가서 선정을 즐기셨다. 마치 큰 코끼리가 많은
새끼떼들을 떠나서 번거로움 없이 조용함을 즐기는
것과 같이 편안하게 지내셨다.
● 싸우는 비구들에게 예배를 거부한 신도
한편 코샴비의 신도들은 부처님께서 아무말씀도
하시지 않고 기원정사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서운하고 슬퍼서 야단들이었다.
이것은 제자들이 싸움을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신도들끼리 회의를 열어 오늘부터 코샴비에
있는 제자들에게 공양도 올리지 말고 예배도 드리지 말며
인사도 할 것 없다고 결의하였다. 싸우던 코샴비 제자들은
공양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하는 수 없이 모두 행장을
거두어 기원정사로 떠났다.
● 화합을 위한 18 견해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서 사리불과 여러 제자들과
코샴비에서 온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대중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 열 여덟 가지를 제대로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인 것, 법 아닌 것
계율인 것, 계율이 아닌 것
범한 것, 범하지 않은 것
가벼운 것, 무거운 것
여러 가지 있는 것, 여러 가지 없는 것
추악한 것, 깨끗한 것
행할 것, 행하지 아니할 것
제어할 것, 제어하지 아니할 것
말할 것, 말하지 아니할 것
이와 같은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두지 않고 서로
바꾸어서 해석하므로 시비가 생기고 화합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오늘날까지 제정하여 놓은 모든 계율들은
너희들의 큰 보호자이며 큰 스승이다.
바로 너희들이 믿고 의지할 바로서 목숨이
다하도록 지키되 하나라도 범하였을
때에는 곧 법대로 참회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참회하는 교단은 화합하고 대중이 안락하게
수도할 수 있게 된다.
소소계에 대한 시비를 버려라
화합과 수도를 장애하는 시비를 버리기 위하여서는
중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 소소한 계율들에 대해서는
범하고 범하지 않은 것을 캐내어 다툼질을 일삼지 말라.
다만 이치에 정당하지 못한 것은 살펴서 처신하고 윗사람에게는 공경하며
아랫사람은 사랑하여 서로 화합하고 예의와 법도에 맞도록 하여라.
이것이 곧 출가하여 도를 닦는 이들의 법이다."
코샴비 제자들이 기원정사에 온 후 먼저 죄를 범한 제자가 점점
그 죄를 자인하고 참회하기 시작하자 여러 제자들의 마음도
부드러워져서 서로 화합의 정신을 보이게 되고 부처님 앞에서
평화스러운 교단을 가꾸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