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근무하는 이 모씨(여 45세)는 하루가 일년같이 느껴질 정도로 길다. 쉴새 없이 일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건강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이 자꾸 침침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며 심한 날은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불빛을 보면 무지개 비슷한 것이 보이면서 눈에 통증까지 느껴진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약을 사다 먹어 보기도 하였지만 호전이 없자 결국 안과를 찾은 이씨는 진찰 결과 녹내장이라는 청천병력 같은 결과를 듣게 됐다.
올해 11~17일은 세계녹내장협회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가 정한 제 5회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녹내장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조기 검진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3월 이기간을 세계 녹내장의 날로 제정하고 있다.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회복할 수 없는 실명의 원인 중 1위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현재 세계적으로 4천 5백만 인구가 녹내장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이는 전체 실명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의 녹내장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력은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의 조기 발견은 실명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40세 이상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층 또한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은 필수이다. 세계 녹내장 주간을 맞아 녹내장의 원인부터 예방법 및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 소리 없이 찾아와 시력을 앗아가는 시력 도둑 ‘녹내장’
녹내장은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거나 물체가 어른거리고 안 보이는 경우, 눈이 아프고 시력이 저하된 느낌이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 볼 질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뚜렷한 전조 증상이 없을뿐더러 말기가 될 때까지도 증상이 없어 발견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증상이 나빠져 병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알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신경 및 신경 섬유 층의 손상이 진행되어 시야가 점점 좁아져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녹내장의 경우 전신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편두통,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높아지고 근시가 있는 경우, 고안압 역시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그 중 특히 녹내장은 눈 안의 압력, 즉 안압이 높아지는 경우 녹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눈 안의 압력이 높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동양인에서는 특히 많다. 한국녹내장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에서는 정상안압녹내장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 야간 저혈압 환자도 녹내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안압이 높지 않은 녹내장의 경우 다른 전신적인 관련 질환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고혈압이나 당뇨로 장기간 치료를 받고 있거나 편두통이 심한 경우, 손발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찬 경우 등에는 혈류조절 기능의 장애로 인한 녹내장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근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야간저혈압이 정상안압녹내장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이 서울아산병원 안과 국문석 교수팀과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야간 저혈압이 있는 환자들에서 눈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하고 이러한 사람들의 녹내장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에서는 눈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하고 이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축적되면서 시신경의 손상이 발생해 결국 녹내장으로 발전하게 된다. 야간 저혈압이 녹내장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사람들에서 왜 녹내장이 잘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안과학회에서 야간 저혈압에서 혈류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정상안압녹내장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기전을 실제 환자군에서 세계 최초로 증명하여 발표했다.
■ 녹내장 치료는 정밀검사장비를 갖추고 있는 병원에서 받아야
녹내장은 어느 날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이 아니다. 만성적인 녹내장은 눈에서 머리로 가는 신경통로가 서서히 망가지게 되고 이러한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야 시야에 이상이 오게 된다. 녹내장 진행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시야 검사상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야검사계나 시신경 특수분석 장비가 없이는 이러한 이상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녹내장 치료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진행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맞추어 치료 방법을 조정하게 되므로 정밀검사장비를 갖추고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방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안압을 떨어뜨리거나 안혈류를 증가시키는 방법이고,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는 눈 안에서 안압을 조절하는 액체인 방수가 순환하는 경로를 바꾸어 안압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한 가지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모든 녹내장의 치료법은 더 이상의 손상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지 손상된 시신경을 재생시키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센트럴 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은 “녹내장은 완치할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실명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녹내장 전문의가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 중 환자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 치료하게 된다. 늦게 진단되는 경우 실명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늘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평소 운동으로 혈압 조절하고, 생활습관 개선 필요
녹내장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불가능하며, 지속적 치료를 통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만이 최선의 치료이다.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조깅이나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즐기는 것은 혈류의 흐름을 원할 하게 하여 녹내장의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헬스 및 무리한 자세를 요구하는 요가와 같은 운동은 안압 상승을 유발하여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안압을 높이고 시신경의 혈류 순환을 방해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러한 생활 습관을 통해 예방하는 방법도 좋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정기적인 녹내장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눈의 노화과정이 시작되는 40세 이상의 모든 성인들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거나, 저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통해 녹내장 질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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