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현금 인출 기능
부동산 값은 왜 오를까. 더 구체적으로, 일본 부동산 값은 장기 하락하는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왜 강세를 보일까. 이 질문들의 답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가 수출이 잘되든 내수가 활황을 보이든 경기가 좋아지면 가계의 수지도 크게 개선된다. 수입이 지출을 크게 초과해 잉여 자본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를 위한 저축을 늘리거나 자본이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에 나서게 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값도 오르고 주가도 뛰게 되는 것이다. 나라별로도 차이가 나지만 시대별로도 이런 차이는 발생한다.
1960년대는 물론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가난에 시달리는 나라였다. 서울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동네도 있었고 경기도에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지금의 50~60대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앞만 보고 뛰었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 몇백 년에 걸쳐 이룬 성장을 몇십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부의 편중이 심화돼 빈부 차가 확대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됐고 부동산 문제도 그중 하나다. 고도 경제 성장기를 통해 벌어들인 잉여 자본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기 때문에 현금을 저축하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곤 했다.
이 때문에 고도 성장기에 저축의 수단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부동산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부동산에 잉여 자본이 많이 몰린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은퇴하면서부터 생기고 있다. 금융자산보다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동산에 돈이 몰려 있기에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들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에 저금해 놓은 돈을 인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집을 팔지 않아도 노후 생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곶감 꼬치에서 곶감을 빼먹듯 원금을 찾아 쓰는 방법도 있지만 원금도 보전하고 노후 자금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의미다.
다주택자는 월세를 활용할 것
다주택자라면 보유 주택의 임대를 월세로 바꾸는 것이 방법이다. 최근 몇년간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굳이 오피스텔이 아니더라도 향후 전세 제도는 점점 월세로 바뀔 것이기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굳이 처분할 이유가 없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전세 제도가 월세로 바뀌는 이유는 정부의 의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임대 시장이 월세로 형성돼야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가 쉽기 때문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월세 세입자에게는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전세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월세 임대인에게 보조해 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임대 수요자를 월세로 전환하고 과세 자료를 축적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본다.
수요자는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를 선호하지만, 이는 전세금이 충분히 있을 때에 한해서다. 신혼과 같은 사회 초년병은 부모가 전세 자금의 일부를 대주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은퇴 후 노후 자금도 모자라는 시기가 되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자식의 전세 자금을 대주기 위해 자신의 노후 자금을 모두 털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 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그 집의 시세를 넘는 소위 ‘깡통 주택’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전세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입자 간에는 월세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도 퍼져나가는 것이다.
결국 임대 형태가 전세 위주에서 월세 위주로 전환된다는 것은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는 이런 전략을 쓰기 어렵다. 자신 소유의 집을 임대해 주는 동안 자신도 다른 집을 임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평형의 주택을 임대해 주고 자신은 작은 곳에서 산다든지, 집값이 비싼 곳을 임대해 주고 자신은 임차료가 싼 곳에서 거주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그동안 자신이 누려 왔던 주거의 질을 희생시킨다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역모기지 대출(reverse mortgage loan)이 그 대안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보통 25세 정도면 경제활동을 시작한다. 경제활동을 일찍 하는 만큼 내 집 마련 시기도 이르다. 보통 25~35세 정도면 유주택자 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필자가 거주했던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은 주택 소유주의 평균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일찍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주택 담보 가치의 80% 이상을 빌려주는 모기지 제도에 기인한다.
집값의 대부분이 은행에서 빌려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돈이 있어야 집을 사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선진국 주민의 99%가 하우스 푸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돈을 빌려 집을 사지만 매달 꼬박 꼬박 월 페이먼트(모기지 이자 및 원금)을 내다 보면 30년 후 그 집은 100% 자신의 소유가 된다. 이때 소유주의 나이가 62세 이상이 되면 역모기지를 신청할 수 있다. 역모기지를 신청하면 자신이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면서 자신이 생존할 때까지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다. 자신이 30년간 저축했던 것을 매달 인출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 바로 역모기지다.
1가구 1주택자는 역모기지론 대출이 대안이다
우리나라에도 주택금융공사에서 주택 연금이라고 부르는 역모기지 론을 시행하고 있다. 9억 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을 보유했을 때 부부 모두 60세가 넘으면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 이 조건이 완화돼 소유주만 60세가 넘어도 가입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집 한 채만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 가입을 꺼렸지만 베이비부머 은퇴 시기와 맞물려 주택 연금 가입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는 자신의 판단에 의해 보유 주택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든지 월세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가구 1주택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 기존 집을 파는 순간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살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전세금이 집값보다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1986년부터 현재까지 26년간 통계를 보면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의 두 배 정도 된다. 자기 소유의 집이라면 집값이 떨어지나 오르나 그 집에서 쫓겨날 일은 없다.
그러나 세입자가 되는 순간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을 내지 못한다면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된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2년마다 전세금 상승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현재의 전셋값이 10년 전의 매매가보다 비싸다. 집을 팔아 목돈을 손에 넣더라도 10년 후면 그 돈이 전세금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판 후 1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면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택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주거의 질을 낮추지 않고도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 집 마련이라는 것은 거주 측면 외에도 미래를 위한 저축 수단도 된다. 다주택자는 월세 수입이 생기고 1가구 1주택자는 역모기지 대출을 활용해 그동안 가치가 상승한 부동산에서 현금입출금기(ATM)처럼 현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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