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전문의 서울대학교병원 구본권 박사를 만났다. 그는 요즘같이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 심장 질환 환자가 급증한다고 말한다. 급격한 날씨 변화는 심장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 심장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유독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 심장 건강에 더 유의해야 한다.
협심증, 대표적인 심장 질환
"가장 대표적인 심장병으로는 협심증, 심부전증, 부정맥이 있습니다. 그중 협심증이 심장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고, 가장 흔한 증상이죠. 하지만 협심증만으로 사망에 이르지는 않아요. 그 상태를 방치해 혈관이 막혀 터져버리는 심근경색으로 진행하는 게 위험한 것이죠."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다양한 이유로 좁아져서 심장에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 협심증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동맥경화다.
이는 혈액 속 지방이나 유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들러붙어 생기는 것. 기름이 혈관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혈관이 노화되어 혈관 벽이 부실해졌을 때. 그렇게 해서 혈관에 기름이 뭉치면 기존에 원활하게 흘러가던 혈액의 이동이 방해를 받는다. 빠르게 흐르던 혈액은 부분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거나 압력이 높아진다. 이것이 협심증으로 진행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한번 동맥경화가 생기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그러니 평생 동안 관리하면서 나쁜 성질로 바뀌거나 더 많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하죠.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동맥경화증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잠정적인 요인을 갖고 있고, 커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 증상이 뚜렷이 생기거나 생기지 않는 거죠. 실제로 CT나 MRI 찍어보면 모든 사람이 조금씩 동맥경화 증세를 다 갖고 있어요. 결국 무엇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생활하느냐 하는 '관리'의 문제인 것입니다."
문제는 협심증이 악화되어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 혈관이 완전히 막혀서 영양분과 산소가 전혀 공급되지 않아 심장의 일부가 손상되는 것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중요한 질환으로 여기는 이유는 심장의 일부분을 손상시켜 경우에 따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무서운 병이기 때문이다.
또 치료가 잘되더라도 심부전이나 치명적인 부정맥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심근경색의 원인이 협심증이고, 협심증의 원인이 동맥경화인 만큼 동맥경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심장의 운명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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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구본권 박사가 모형 심장으로 심장 질환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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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협심증의 정도가 심각할 경우, 투망을 넣어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스 수술을 한다. 사진은 수술시 심장 모형도.
협심증의 최대 적,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어떻게 심장에 무리를 줄까. 대개 사람이 긴장을 하면 근육과 혈관이 축소되고, 긴장의 톤이 올라갈수록 혈관의 톤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 심장에서는 원래대로 피가 끊임없이 흐르는데, 피가 통하는 길이 갑자기 좁아지니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 혈관 벽과 마찰을 일으키게된다.
이때, 혈관 안에 동맥경화가 있다면 혈관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혈관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무리해서하거나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을 때 등이다.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갑자기 이유 없는 가슴 통증을 느낀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체 내부 온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몸에서 열을 많이 만들기 위해 교감신경의 작용이 활발해진다.
이 때문에 관상동맥 내 혈관은 더 수축되고 협심증 환자들의 경우 가슴 통증이나 혈관이 막히는 현상도 빈번해지는 것. 날씨가 추워지면 혈압이 평균 3~5mmHg 더 올라가므로 평소의 철저한 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날씨가 추워졌을 때나 더운 날이 오랫동안 이어질 때, 그리고 월요일에 협심증 환자의 방문이 급증합니다. 급격한 온도 차를 겪으면 혈관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직장인들은 주말이 끝나는 날에 심적 위압을 받는 것이고요. 물론,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주부의 경우는 주말이 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수 있겠죠." 또 스트레스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인 흡연, 폭식, 운동 부족 등도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 협심증 위험군
협심증 환자 10명 중 9명은 50대 이상일 정도로 중?장년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 2011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협심증 환자는 53만 명으로, 50대 이상이 88%를 차지했으며, 전체 협심증 환자도 5년간 17% 증가했다.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협심증 발병률이 훨씬 낮다. 하지만 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폐경 이후에는 남성과 같이 협심증 발생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협심증의 경우 약물요법만으로도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하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땐 풍선성형 술이나 스텐트 삽입과 같은 관동맥 중재 시술을 받기도 한다.
협심증을 가늠하는 기준, 네 가지 질문만 던져보라
구본권 박사는 환자들이 심장이 아프다고 찾아올 때 단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만으로도 환자가 협심증인지 아닌지, 위험한 상태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다고.
무엇을 할 때 아프세요? 무엇을 할 때 좋아지나요?
협심증의 특징은 운동할 때 더 큰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가정해보면 이렇다. 상사가 괴롭혔거나 주변이 짜증 나는 상황이다. 그럴 때 예민한 사람은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그럼 대개는 '기분도 안 좋은데 땀이나 흘려야겠다' 하면서 운동을 하러 간다. 하다못해 밖으로 나가서 뛰거나 걸으면서 몸을 움직인다. 그럴 때 심장 통증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협심증이 아닐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운동을 했을 때 심장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어디가 아프세요?
대개 심장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 아프다고 한다. 국지적으로 콕콕 찔리는 느낌. 하지만 협심증일 경우,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짚어낼 수 없다.
주먹으로 심장을 죄는 듯, 심장 전체에 통증이 가해지기 때문. '콕콕 찔리듯 아픈 것'은 안심하고, '왼쪽 가슴 부분이 전체적으로 아프고 대체 어디가 아픈 건지 모를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집안에 50세 전후로 사망한 사람이 있나요?
협심증의 원인은 집안 내력도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한 남성이 40대 후반에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형님도 똑같은 나이, 똑같은 증상으로 사망했다.
혹시나 해서 그의 동생에게 CT를 찍어보라로 했고, 역시나 일부 혈관이 동맥경화로 터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경우는 유전인 것. 특히, 동생의 경우는 혈관이 터졌음에도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40~50대의 이른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병력이 있는 집안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협심증,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위험 인자는 대략 이렇다. 남자, 고령,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집안 내력,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특히 50~60대) 그리고 고혈압, 고지혈증 같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심장 질환 발병률이 높다.
숨차게 운동하라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심장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숨차도록 운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걷는 것이 좋다고 해서 뒷짐 지고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전혀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바람직한 운동은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하는 것입니다. 심장에 긍정적인 긴장을 주면서 트레이닝을 시키는 거죠.
협심증 초기 환자들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 숨이 차고 답답할 수 있어요. 그럴 때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안정이 되면 다시 뛰는 겁니다. 이를 오래 반복하다 보면 숨이 차오르기 까지의 시간이 점점 늦어집니다.
그러면서 심장이 더 단단하게 트레이닝되는 것이죠. 심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입니다. 무리한 운동, 몰아서 하는 강도 높은 운동은 경계해야 합니다."
또 운동을 하지 않는 마른 사람보다 뚱뚱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산다고. 운동을 하다가 체중이 줄지 않으면 포기하게 되는데, 체중과 상관없이 운동은 운동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일주일에 3~4일 이상, 적어도 30분 이상씩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무엇을 먹는지 보다 얼마나 먹는지가 중요하다
"배고파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먹고, 혹시 못 먹을까 때가 되면 미리 먹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배고파본 적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세대는 동맥경화가 없었고, 아버지 세대는 그보다 많죠.
우리 자녀 세대에는 더 많을 거고요. 삶에서 많이 먹기 시작한 시기가 언제부터인가로 동맥경화의 진전도를 가늠해볼 수 있어요. 지금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장년층은 20~30대 때부터, 기성세대는 50~60대 때부터 잘 먹기 시작했으니, 각각 해당 시기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건강한 식생활 관리가 필요합니다." 채소류를 많이 먹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덜 먹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실현 가능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는 체중을 과도하게 빼려고 하지 말고, 500g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자. 매 끼 밥 한 숟가락 덜 먹는 것만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배 둘레를 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중이 같더라도 배 둘레가 큰 사람이 동맥경화일 확률이 더 높다. 복부 비만을 경계해야 한다.
혈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장은 365일, 24시간 쉴 새 없이 활동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이 같은 활동력을 유지하는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관상동맥이다.
그리고 관상동맥을 통해서 영양분과 산소가 심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장 질환이 발생한다. 협심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혈관을 관상동맥 CT로 관찰하면 왼쪽 그림처럼 동맥경화선의 변화로 혈관 벽이 매우 좁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로써 심장근육으로의 혈액 공급량이 감소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일반적인 협심증은 동맥경화성 협착이 서서히 진행되어 나타나는데, 이때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70% 이상 좁아져야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심장 혈관에 동맥경화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심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best 5
대개 협심증은 50~6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0대 남성에게도 종종 발생한다. 젊은 환자들의 공통점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한다는 것. 이들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기를 반복한다.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활동량이 거의 없고, 줄곧 담배를 피우거나 자장면이나 라면 등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한다. 이는 모두 심장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평소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활을 반복했을 때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협심증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생활 습관
흡연
_ 대부분의 심장 질환은 혈관이 노화되어 생긴다. 흡연은 혈관 나이를 늙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혈관 수축 상태가 30분 정도 지속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 되면 혈액이 정상 상태로 순환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또 담배 안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이 혈액에 침투해 온몸을 돌아다니게 돼 혈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러운 혈관 경련으로 생기는 변이형 협심증은 주로 새벽에 가슴 통증을 느낀다. 이는 흡연자에게 잘 생기며, 음주 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모든 협심증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추위, 더위
_ 온도 변화가 심한 시기에 혈관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갑자기 추워진 날 새벽 공기에 준비 없이 노출되는 경우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심장과 혈관의 부담이 커지고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아주 더운 날에도 탈수 등에 의한 심장 부담이 커지므로 무리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환절기나 아주 춥거나 더운 날에는 몸이 느끼는 온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출 전에 충분한 준비 운동이 필요하며, 운동량과 운동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과식
_ 동맥경화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지만 고령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평생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적인 변화다. 따라서 협심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위험 인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식습관이다. 어린 나이부터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조금 배고프게, 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음식은 채소류, 기름이 적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밤샘
_ 잠을 적게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면역 체계가 약하고, 신체 손상,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 활동에 변화를 초래한다. 특히 최근 들어 젊은이의 돌연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나 불규칙적인 생활로 혈관의 노화가 촉진됐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30대부터 연일 밤샘을 하거나 과로하면서 혈관이 노화하는 것.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 혈관 노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_ 일반적으로 운동은 심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과도하거나 급격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시간과 양을 정해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량을 늘릴 때에는 한꺼번에 많이 늘리지 말고, 미리 1~2주 단위로 계획을 세워 점차 늘리는 것이 좋다. 심장이 단련될 시간을 주는 것. 한 시간 이상 운동을 지속할 때에는 5~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운동 특성에 따라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육 운동도 권장하지만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는 등 무리한 근육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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