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삼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사람의 체질에 따라 각기 식성도 다르다.
신맛을 좋아하면
간·담이 약한 사람이고,
쓴맛을 좋아하면 심·소장이 약한 사람이다.
단맛을 좋아하면
비·위장이 약한 사람이고,
매운맛을 좋아하면 폐·대장이 약한 사람이며
,
짠맛을 좋아하면 신·방광이 약한 사람이다.
이와 같이 체질이 다른 갑과 을에게 같은 음식이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인체와 음식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먹는 오미(五味), 음식은 대략 70%가 약성(藥性)을 갖고 있다. 따라서 원래 음식물에 의지해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 가장 자연친화적이며 무해하고 이로운 음식,
생리 조절에 필요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동물계의 공통된 현상이다.

음식은 생명력을 배양해 자연치유력을 강화시켜주므로 병자에게는 치유의 효과를 주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유익한 물질을 공급해준다.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는 음식물을 ‘우리의 의사 또는 약’이라고 말하며
건강과 질병 치유의 기본 원칙이 몸에 알맞은 식품을 먹는 것이라 했고, 질병을 낫게 하는
진짜 약은 약물이 아닌 음식물로서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먹는 행위가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연료 공급이라고 보는 서구의 식생활은 잘못됐으며 산업화는 전통요리법을 파괴했다.
치유를 위해 이용되는 특정음식(과일·채소)들은 기원전 1500만 년부터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선택한 과정의 결과물이었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연장하는 유일한 자원이다.
따라서 식생활의 중요성은 20세기 초까지 모든 의학치료의 토대가 됐다.

맛을 오행으로 분류하면 목(木)은 신맛[酸味], 화(火)는 쓴맛[苦味], 토(土)는 단맛[甘味], 금(金)은 매운맛[辛味], 수(水)는 짠맛[鹹味]이 된다.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선명오기편(宣明五氣篇)에 따르면 ‘오미소입(五味所入)’이라 하여 오장과의 관계에 있어 신맛은 간장, 쓴맛은 심장, 단맛은 비장, 매운맛은 폐장, 짠맛은 신장과 친화성이 있다고 했다.
떫은맛[澁味]은 심포(心包)·삼초(三焦)와 친화성이 있다.
따라서 음양 가운데 음이 생성되는 근본은 땅의 오미,
즉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을 가진 음식물이다.

동의보감 잡병편에 따르면 ‘사람은 천지의 기를 받아 태어나는데
하늘의 양기는 기가 되고 땅의 음기는 혈이 된다.
그러므로 양기는 항상 남아돌고 음기는 항상 부족하다.
기는 항상 남아돌고 혈은 항상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을 자양하고 혈을 보하는 약을 어려서부터 늙을 때가지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장의 기능이 실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음식물의 과부족에 있어 신맛은 간으로 들어가고,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며, 단맛은 비장으로 들어가고, 매운맛은 폐로 들어가며, 짠맛은 신장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인간은 맛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으며
자기 몸에 필요로 하는 음식을 맛으로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좋아하는 음식 맛의 특성으로 오행 체질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신맛이 싫고 단맛이 좋으면 목형 체질이다.
그리고 미각의 변화로 병적 징후를 알 수 있다.
만약 신맛이 싫다가 좋아지면 이는 간병(肝病)이다.

이와 같이 오장과 오미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인체에 맛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고 생명을 유지시킨다.
인간은 음식을 맛으로 먹는 것이지 색깔로 먹는 것은 아니다.


오행의 속성에 따라 색상을 분류하면 목은 청색, 화는 적색, 토는 황색, 금은 백색, 수는 흑색이다. 음식물을 색으로 구분해 대체로 황색을 띠는 것은 단맛, 청색은 신맛, 흑색은 짠맛,
적색은 쓴맛, 백색은 매운맛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색과 맛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음식은 맛으로 분류해야지 색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


동의보감 잡병편에는음식 중에서 너무 짜거나 매운 마늘과 부추·파·생강·겨자 등 다섯 가지 매운 것과 식초가 많이 든 음식은 모두 원기를 손상시켜 힘줄이 땅기고 손·발톱이 메마르게 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했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혈맥이 엉겨 색이 변한다.
쓴 것을 많이 먹으면 피부가 메말라 털이 빠진다.
신 것을 많이 먹으면 살이 굳어지고 입술이 튼다.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뼈가 아프고 머리털이 빠진다’고 하여 오미과상위병(五味過傷爲病,
다섯 가지 맛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게 편식하면 몸이 상해 병이 됨)’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음식은 다섯 가지 맛이 균형 잡히되 담백해야만 정신이 상쾌하고 기가 맑아진다.